나는 외우는 것을 참 못하였다.

첫번째 상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업 끝나고 친구들은 다 집에 가는데 구구단을 못외운 나는 몇 날 몇 일을 집에 가지 못하고 구구단을 외워야 했는데 내 기억으론 마지막 학기까지도 못외운 것 같다.

그리고 4학년에 올라와서 성경학교 때 암송대회가 있었는데 나를 총애하던 선생님은 반 대표로 철석같이 우승하리라 믿고 기대를 걸었지만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어린 마음에 선생님의 사랑에 보답할려고 무진 애를 썼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전화번호 외우기가 안돼 친정은 물론이고 모든 전화번호를 수첩을 보고 한자, 한자 찍어야 했다.

그 때는 사는데 별로 지장이 없으니 그게 심각한 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내 머리가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도 않는 것이 나의 지능지수는 반에서 2등이라고 선생님이 살짝 가르쳐 주셨는데.......,

(그때는 한 반이 60~80명이었다)

 

요한선교단에 참석하고부터 목사님은 암송을 하라셨지만 암송은 나의 해당사항이 아니라서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누가 버벅대고 암송을 할라치면 한절도 못외우는 주제에 '저 스트레스 받는 짓을 왜 할까?' 하며 비웃었다.

그런데 비상이 걸렸다.

충주예술신학교 세계제일교회 수련회를 성경통독으로 하기로 했는데 룻기암송을 하지 않으면 목사님이 데려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셨다.

그 때만해도 순진한 마음에 얼마나 목사님을 존경하였기에 '어머나~~~ 난 꼭 따라가야 되는데 이 일을 우짜면 좋노'  

 

그리하여 나의 룻기암송이 시작되었는데 문제는 눈물이 나서 너무 창피한 것이다.

"목사님, 저 창피해서 못외우겠어요.이젠 시키지 마세요."

"그래? 그럼 딴 것 외워."

 

드디어 인터넷에 떳다는 연락을 받고 얼른 보니 "아이구, 주여! 저 찡그린 얼굴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홍목사님은 표정도 좋으시더만요." 

그래놓고도 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동영상을 보는 엄마의 모습에 어이없어 하는 아들!

우리 엄마 인터넷에 떳다고 인맥 좋은 우리 아들 밤을 세워가며 알리기에 여념이 없고 요즘 아들 진로문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좀 소원해 졌는데 답글에 두 모자 킥킥거리며 엄청 친해졌다.

요한선교단을 알리는 일이라면 나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 감사함으로 받아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