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장례식 끝나고 애들의 어릴 때 추억을 더듬는 여행을 시작하였다.

먼저 매 년마다 산집회가 열리던 기도원에 갔다.

우리가 천막치던 장소, 2시간 전부터 앞자리 앉을려고 경쟁하던 더 넓은 집회 장소, 코를 막고 들어가야 했던 화장실, 만명이 넘는 성도들이 먹어야 했던 귀한 물탱크, 여기는 우리 아버지의 처소 여기는 황장로님 처소....,

우리 사위도 질세라 저긴 우리 교회 천막터였고 저긴 우리 자리라며 추억에 잠긴다.

한 여름 휴가를 집회에 맞추어 산으로 꾸역 꾸역 모여 4박5일 설교말씀으로만 보내던 시절!

그러나 나의 추억은 말씀의 은혜보다 차멀미에 쓰러져야 했고 땡볕에 천막치는 일이며 집 떠나서 어린 남매 보살피는 일등 괴로움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오후 집회 끝나면 줄지어 냇가로 내려와 멱감으며 첨벙대던 곳은 옛날보다 물이 많이 줄었다.

냇가를 조금 거슬려 올라가면 초등학교 1학년 때 주혜가 소풍가서 예쁜 몸짓으로 율동을 하도 잘하여 '제가 누구집 아이냐?'고 나의 기분을 으쓱하게 만들던 영귀대고 조금 더 올라가 수승대의 맑다 못해 옥색물의 향취에 젖었고 아궁이가 있는 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를 정말 신기하게 쳐다보며 그 시절에는 사는 것이 어려워 지척에 있는 자연도 감상하지 못하였지만 지금이라도 누리게 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룰루랄라 즐겁게 애들이 다니던 학교에 오니 폐허 속의 신사임당상 몸이 으시시했다.

입학시켜 놓고 교회 담벼락에 올라가 먼 운동장을 바라보며 꼬물 꼬물 노는 애들 중에 주혜가 어디있는지 찾았었는데.....,

동네에 와서는 더 놀랬다.

아~~~폐가 속의 자물쇠를 걸어놓은 교회!

"아버지! 무슨 일입니까? 냄새밭 사이 마당에서 우리 애들이랑 동네 애들이 예배 끝나면 즐겁게 놀지 않았습니까? 예배당에 애들의 찬송소리도 우렁찼었는데요?"

빨래하던 또랑물도 힘없이 내려간다.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사촌동생 농장에서 회포를 풀고 맛있는 거창사과를 한박스 선물로 받아 싣고 무주로 향했다.

하나님이 주신 눈 덮힌 산야 백두대간의 웅장함을 보며 다시 희망을 가진다.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